BOOK/장편소설

프리즘

아가다 2022. 1. 28. 16:04

<프리즘>은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아몬드>로 유명한 손원평 작가의 책이다.

책 뒷면에 '하나하나 다른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을까'란 단락이 쓰여 있었다.

프리즘은 어렸을 적에 통속을 한 쪽 눈으로 들여다보면 환상적인 빛을 내고 있어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 아이들도 프리즘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어릴 적에는 문방구에 프리즘이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통속을 보자면 각각의 유리조각들이 조각조각 모여 빛깔을 낸다. 빛을 받으면 더 찬란하다.

우리들 각자가 빛나는 유리조각처럼 빛을 내고 있지만 나와 같은 빛을 내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각자의 고민들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사랑하고 있다.

 

 

<프리즘>에는 백도원, 전예진, 황재인, 이호계 4명의 인물들의 만남과 이별, 흩어지는 '마음'을 다양한 빛깔로 비추어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연애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연애 성사 여부에만 천착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흔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통과하며 자신을 확장해가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것이 작가가 그리고 싶던 사랑의 본질과 효과라고 한다. 

 

봄밤이 가게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봄밤. 고소한 냄새가 실린 봄밤. 준비된 것도 없는데 늘 무언가가 시작되려 해서 불안한 봄밤. 손끝이 차가웠고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지도 없는 혼란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가야 한다. 누구의 힘도 아닌 내 힘으로. 끊어내야 한다.
재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실눈을 뜨고 문에 기대섰다. 소리없이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깨닫지도 못한 사이 소복이 쌓인 눈은 아늑한 이불처럼 세상을 품고 있었다. 재인은 그 위로 발자국을 찍어보고 싶었다.
-p190

봄은 어느순간 갑자기 우리에게 온다. 

그러면 나는 얼어있던 마음도 스르르 풀리고 만다.  봄은 그렇다. 

그리고 또 무언가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아 바삐 움직이게 된다. 봄은 짧으니까. 

만남도 그렇지 않을까. 굳이 만들어낸 인연이 아니라도 갑작스레 찾아오는 만남도 봄처럼 설레게 하는 힘을 지닌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차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p261

나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있을까.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그런 관계가 되고 있진 않을까. 

수많은 인연들 속에 작지만 조금이나마 서로가 그런 빛이 되어주면 좋겠다.

연인들과 사랑 뿐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 지인들 과도 사랑을 아끼지 말자.

<프리즘>은 봄이 오는 계절에 더 잘 어울리듯 하다.

 

 

반응형

'BOOK > 장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별하지 않는다  (0) 2022.02.04
밝은 밤  (0) 2022.02.03
귀 신 나 방  (0) 2022.01.18
호박 목걸이  (0) 2022.01.14
뤼미에르 피플  (0) 2022.01.13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