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아가다 2022. 2. 4. 15:58
 4·3이라는 명칭은 1948년 4월 3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소요사태에서 유래하였다.
그날 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무장대를 조직, 경찰서 기습을 감행하는 등 반란을 일으켰고, 제주 4·3 사건이라고 불린다.
목호의 난과 함께 제주도 역대 최대의 참사 중 하나이며, 여순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 거창 양민 학살사건 등과 더불어 대한민국 제1공화국 시기에 민간인이 억울하게 학살되거나 희생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4]

본질적으로는 반란을 일으킨 남로당계 공산주의자들과 반란 진압을 명목 삼아 무고한 민간인들을 학살한 서북청년단 등 극우 폭력단체가 문제의 원인이라 볼 수 있으며, 정치 극단주의에 휩싸여 공권력의 대민 범죄를 방조, 묵인, 조장한 이승만 정권과 제1공화국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군정 역시 해방정국의 혼란상이 있었다지만 제주도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영논리에 근거한 편파적인 판단을 내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제주도민들을 상대로 각 정치 집단들이 대부분 학살에 가담하거나 방관, 조장하여 그 누구도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새책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읽을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너무 큰 혼란이 와서 내가 잘 읽은 것인지 잘못 읽은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부커상을 받으려면 이 정도로 어려운 책이어야 하나. 나의 얕은 이해력을 탓해야 하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는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글을 썼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한강 작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도 역사적인 사건을 어떤 식으로 책을 썼는지 궁금증에 읽었던 책이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바늘을 찌르는 듯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내내 받으며 읽었다.

주인공 경하와 친구 인선의 주고받는 대화에서 견디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선지 벌어지지 않는 입속의 압력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왜 가지가 없어. 잎도 없어.
무시무시한 대답이 목구멍 안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죽었잖아.
그 말을 삼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퍼덕이는 새가 목구멍을 비집고 올라오는 통증을 견뎠다.
다 죽었잖아.
부리를 벌리고 발톱을 세운 그 말이 입안에 가득 찼다. 꿈틀대는 솜 같은 그걸 뱉지 않은 채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p176

 

구덩이 가장자리에 있던 유골 한 구가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어.

다른 유골들은 대개 두개골이 아래를 향하고 다리뼈들이 펼쳐진 채 엎드려 있었는데, 그 유골만은 구덩이 벽을 향해 모로 누워서 깊게 무릎을 구부리고 있었어. 잠들기 어려울 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쓰일 때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p211

 

작가는 친절하지 않다.

새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경하가 죽었는지 인선이 죽었는지 설명이 없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꿈속인지 헷갈리게 한다.

어느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눈보라 속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만드는 한 겨울 속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죽은 것이 어느 것인지 모르지만 그들과 나는 아직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기억해 주는 이가 있다면 영원히 작별하지 않을 수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아직까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또 기억해주길 바라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의 숙연한 마음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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