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편소설

완전한 행복

아가다 2022. 2. 14. 20:48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악의 3부작 시리즈를 보고 소름 끼치는 스릴러 소설에 푹 빠져 한참 스릴러 소설만 보았더랬다. <7년의 밤>을 보고 오소소 소름이 돋았던 기억에 정유정 작가를 기억해 두었다.

물론 그 전부터 유명한 작가였지만....

정유정 작가의 욕망 3부작 시리즈 <완전한 행복> 첫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책을 살까 빌릴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대출 가능이 뜨길래 얼른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빌려왔다.

<완전한 행복> 제목과 그렇지 못한 으스스한 그림을 보고 벌써 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가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책 뒤편에 있는 이 말들이 왠지 어떤 내용일지 짐작케 한다.

<완전한 행복>은 내가 책의 정보를 일부러 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작년에 온 사회가 떠들썩했던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만 몰랐을 뿐...

<완전한 행복>은 분명 악인의 이야기지만 작가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타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빠는 휴대전화를 껐다. 엄마가 손을 뒤로 내밀자 순순하게 건네주었다.
이후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지유는 유치원 가방에서 <새로운 운명>을 꺼내 읽는 척했다. 
아빠가 말을 걸어오면 행동으로 대답했다. 아빠 대신 아빠의 가방에 걸린 참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였다. 해피밀 세트를 권할 때도 그랬다. 점심을 못 먹어 배가 고팠지만 가방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강력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저 감자튀김은 짜고 물컹거릴 거야. 불고기버거는 달고 느끼해.
콜라는 김이 다 빠졌어. 먹으면 토할지도 몰라.
해피밀 세트는 아빠 혼자 다 먹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차창에 대고, 밖을 노려보며 꾸역꾸역 입안으로 몰아넣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아빠의 표정을 봤다면, 햄버거가 아니라 개똥을 씹은 줄 알았을 것이다.
p39
지유의 반복된 꿈이 뭘 의미했는지, 그녀는 비로소 이해했다.
아이가 몇 날 며칠 의식을 놔버릴 만큼 앓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빠 인형에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 역시, 아이는 아빠 인형과 대화를 나누면서 무의식적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아빠 인형이 아니라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나아가 아빠가 살아 있다고 믿었을 것이며, 자신이 본 것을 스스로 꿈이라 우겼을 것이다.
아이의 격렬한 울음은 차츰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아이를 달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달래는 걸로 해결할 문제도 아니었다.
일곱 살짜리 아이가 이 무서운 비밀을 가슴에 담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헤아리기조차 불가능했다.
그저 아이 스스로 진정할 때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p492

 

보는 내내 지유가 처한 현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가스 라이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정말 무서운 것이구나.

아이가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작가의 말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는 점이 이상하기 그지없었다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지만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는 말.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나와 다른 누구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은 가르치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았나 반성도 해본다.

오늘날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적인 모습들을 보일 때 안타까울 때가 많았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완전한 행복>은 욕망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다른 시리즈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빨리 다음 책을 나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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