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편소설

밝은 밤

아가다 2022. 2. 3. 12:08

 

최은영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 소설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제5회, 제11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은영 소설은 「쇼코의 미소」를 보고 정말 좋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밝은 밤」이 나왔을때 꼭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뒀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너무 어려웠다.

인기 있는 작가라 내 순서가 오기까지 한참이나 되었다.

「밝은 밤」은 서른 두살의 지연이 이혼을 하고 희령으로 발령을 받아 내려와 할머니를 만나면서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를 거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가진 것 없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던 백정의 딸 증조할머니와 애틋한 우정을 이어온 새비 아주머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삶과 죽음을 오가며 이어져온 사랑과 우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아저씨는 할머니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걸으면서 할머니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귀엽고 소중했는지, 할머니의 엄마가 얼마나 용기 있고 사랑이 많은 사람인지 이야기해주었다.
예전에는 부모가 누구인지에 따라 귀한지 천한 지를 갈랐다고 아저씨는 말했다.
그러다 일본인들이 조선에 들어온 뒤 조선인들은 양반이고 상민이고 간에 그저 천한 취급을 당하게 되었다고 했다.
-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한단다.
아저씨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영옥이 너는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천하다고 생각하니?
할머니가 고개를 젓자 아저씨는 진짜 천함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천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입에 있다고 했다
p111

새비 아저씨는 진정 사랑이 뭔지 인간의 존엄성이 뭔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책에서도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새비 아저씨라고 했다.

증조할머니도 새비 아저씨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고.

 

 

어두워지는 해변에서 미선아, 미선아 부르며 걸어오던 증조모의 모습을 엄마는 기억했다.
그때 자신이 느꼈던 반가움을, 자신을 짓누르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무엇보다도 '내게 누군가가 있다.'라는 마음의 속삭임을 엄마는 기억했다.
어른이 되고 증조모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그 속삭임은 사라지지 않고 엄마 안에 남아 있었다.
p330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이렇듯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꼭 곁에 있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려워도 힘들어도 나아가게 한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그런 사람 한 명쯤은 있어줘야 한다.

 

-새비야......나는 죽어 너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동무라 하기에는 너무 달랐으니...... 내레 죽으면 어마이도, 새비 너도 볼 수 없을 기야. 우린 다른 세상으로 갈테니까. 나는 새비 너가 있는 곳에 절대루 갈 수 없을 테니. 그러니 이게 전부야......이게 전부야......
증조모가 두 손으로 새비 아주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우리 새비,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곳으로 가서 더는 힘들지 말구, 마음 쓰지도 말구, 새비 네가 그리워했던 사람들 모두 만나고 지내라
p293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모의 우정에 마음이 저릿했다. 서로 보듬어주고 내어주는 그런 우정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증조모와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에게 까지 이어지는 가족사는 뒤틀리고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해 보이지만 가족이니까 다시금 보듬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가족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끈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끊어 낼 수 없을 만큼 질긴 것이니까.

슬픔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니까 가능하리라.

「밝은 밤」을 읽고 나니 한 여름의 좋은 꿈을 꾼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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