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편소설

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아가다 2022. 2. 11. 11:10

 

정명섭 작가는 역사 추리소설작을 많이 써냈다.

내가 읽어본 책으로는 <김옥균을 죽여라>  <기억, 직지> 이 두 권밖에 없었다.

<유품 정리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넷플릭스 드라마 유품 정리사란 드라마를 보고 나서다.

유품만을 정리해서 유족에게 돌려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처음알았지만 조선시대에도 유품 정리사가 존재했었나 하는 생각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게 밝혔듯이 조선시대에는 유품 정리사란 직업이 없었단다.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이다.

그럼에도 왠지 있을 법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작가가 그때 사건들을 지어낸 것이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설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 사건, 객주를 운영하던 방 여인의 죽음

두 번째 사건, 열녀가 된 별당 아씨의 죽음

세 번째 사건. 불륜 사건으로 덮인 김 소사의 죽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반대파의 역모사건, 과부의 재혼, 가정폭력, 등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주를 이루었던 조선시대에 여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적인 아픔들. 그 시절을 여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과 설움으로 살아가는 여인들.

신분의 차이를 어쩌지 못하고 억울하게 살아내는 백성들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시대상을 담아 내고 있는 <유품 정리사>.

 

 

그리고 조선시대의 죽음을 밝혀내는 오늘날 과학수사대 같은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다.

목 졸린 흔적을 찾고 피 묻은 칼을 데운 식초로 묻혀 찾아내는 기술, 식초를 묻혀 한지에 숨어있는 글씨를 찾아내는 기술 등이 책에 많이 소개된다.

그런 기술을 보는 재미가 꽤나 많은 책이다.

 

"아무리 급해도 주인마님이 계시던 대청에 신을 벗지도 않고 올라가다니요. 제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모니까 순간 기뻐서 그랬겠죠. 마지막은 연지가 꽂고 있던 비녀예요."
화연은 연지의 머리에 꽂혀 있는 긴 비녀를 바라봤다.
"아까 지나치면서 슬쩍 살펴봤는데 불에 달궜던 흔적이 있었어요. 얼핏 그냥 얼룩 같지만 군데군데 그을린 자국이었죠. 방에 여인의 목에 밧줄 자국을 만들기 위해 그 비녀를 불에 달궈서 목에 갖다 댄 거일 테니까요."
화연의 얘기를 듣고 손집평이 씩 웃었다.
p105

 

포졸들이 모아 온 나뭇가지로 마당에 불을 지폈다. 그 위에 곱분이 구해 온 식초병을 올려놨다. 완희가 모닥불 주변을 서성거리는 화연에게 물었다.
"식초로 뭘 하려고 그러십니까?"
"거의 다 됐으니까 쇠 막대를 잡아보세요."
완희가 쇠막대를 들자 화연이 달궈진 식초병을 집게로 집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울여 쇠막대의 구부러진 끝에 뜨거운 식초를 부었다. 식초가 쇠막대에 닿자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변했어요."
.
.
"여기 색깔이 변한 거 보여요? 달궈진 적이 있는 쇠에 이렇게 뜨거운 식초를 부으면 색이 변하죠."
p198

 

"세상 밖으로 나오자 그 비뚤어진 관념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여자들을 얽매는지 깨달았다."

이 구절이 <유품 정리사>를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말이다.

사건들을 밝히며 드러나는 여인들의 아픔이 현재 이 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좀 놀랍다.

아직도 미투가 있고 억압받는 여인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고쳐나가야 할 일일 것이다.

반응형

'BOOK > 장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0) 2022.02.16
완전한 행복  (0) 2022.02.14
작별하지 않는다  (0) 2022.02.04
밝은 밤  (0) 2022.02.03
프리즘  (0) 2022.01.28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