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청소년

내 아버지 김홍도

아가다 2022. 2. 7. 18:16

나는 김홍도에 대해서만 읽어봤지 김홍도에게 아들이 있었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김홍도와 신원복에 대한 소설책이 많이 나와 있어서 김홍도 개인 신상에 대한 나의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어쨌든 <내 아버지 김홍도>란 제목을 보아하니 아들에 관한 이야기인 듯싶다.

순전히 김홍도에 대한 나의 애정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김홍도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호는 긍원이고 어릴 때 부르던 이름은 연록이다.

김홍도 나이 48세 때 조령산 상암사에 있는 불상 개금과 탱화 조성에 큰 시주를 하고 치성을 드려 아들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김양기의 나이 14-15세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 이후의 삶이 궁금해서 작가는 글을 썼다고 한다.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아니라 무명에 가까운 그의 아들 김양기의 이야기.

 

<내 아버지 김홍도>에는 김양기가 아버지처럼 그리고 싶어 아버지의 화첩을 보고 따라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칭찬은 없다. 궁금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아버지는 김양기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지 않고 공부만 하라고 시키신다. 나는 화가가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글도 능해야 하고 그림도 그에 맞게 잘 그리고 인성도 좋아야 한다.

김홍도는 그에 걸맞게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칭송하는 이였으니 정말 김홍도는 대단한 이였나 보다.

김양기는 그림을 보는 안목은 정말 좋았다. 그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김홍도는 아들이 자신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게 아니라 아들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를 원했으므로 따로 조언을 해주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야 김양기는 아버지의 뜻을 알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내 그림을 칭찬한 적이 없습니다. 다섯 살 때 내 그림을 보고 기뻐한 아버지는 왜 이제는 내 그림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 그것보다 더 나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해 주어야 고칠 텐데 왜 아버지는 선문답 같은 말만 하고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는 않는 걸까요?
"아버지, 제 그림에서 부족한 점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네 그림이 부족한 것 같으냐?"
"네."
"무엇이 부족하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알려 주십시오."
"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려 줄 수가 있겠느냐?"
"네?"
p111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 게 아니다. 네 마음을 쪼개 그 조각으로 그리는 것이다. 너만이 듣고 볼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그것이 쉽겠느냐?
그래서 사람이 일평생 그릴 수 있는 그림에는 한도가 있는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내 그림을 얼마든 흉내 내 팔아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너는 화가는 아니다. 내 말, 알겠느냐?"
p157

 

사실 김홍도는 아들 김양기가 화원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화원이란 남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김홍도는 아들이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그림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다.

자기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 낼 줄 아는 화가, 자기만의 생각을 그리는 화가를 말이다.

 

김홍도는 정조의 깊은 애정으로 마을의 현감도 지냈지만 사람들은 화원이 현감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얼마 못가 쫓겨나듯 자리를 그만두게 된다.

풍속화가의 대가 김홍도가 현감으로도 지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알게 된 건 김홍도가 대단히 총명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김홍도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이다.

날이 몹시 차다.
집안은 편안하냐?
공부는 한결같으냐?
네 학비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
정신이 어지러워 길게 쓰지는 않는다.
p168

 

<내 아버지 김홍도>는 김양기의 이야기이자 김홍도의 이야기다.

김홍도를 곁에서 가까이 지켜본 사람이 김양기다. 김양기는 아버지의 고뇌와 슬픔을 보며 그림을 보며 익힌다.

김홍도는 선비같이 지조 있고 기품 있은 삶을 살기를 원했지만 죽을 때까지 양반들의 그림을 그리며 화원으로서 살아가다 죽는다.  아쉽지만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김홍도는 대단히 칭송받는 화가이다.

김양기는 아버지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는 화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본인도 아버지를 넘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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