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편소설

타인의 집

아가다 2022. 2. 23. 20:24

 

손원평 소설집


책 소개

짧고 대담하고 강렬하다!

바로 지금, 손원평이라는 렌즈가 담아낸 뒤틀린 세계의 파편

<아몬드> 작가 손원평의 첫 번째 소설집

 

80만 독자가 사랑한 2017년 화제의 데뷔작 <아몬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손원평의 <타인의 집>이 출간되었다. 주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만나온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소설집이라 더욱 반갑다.

이런 이번 소설집에는 작품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부터 2021년 봄에 발표한 최신작까지,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천착한 고민들이 5년의 궤적으로 오롯이 담겼다.

한 사람의 내면이 작게 어긋나는 순간부터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까지 다채로운 이야기에 매혹되고 나면 손원평이란 이 믿음직한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목차

 

4월의 눈

괴물들

zip

아리아드네 정원

타인의 집

상자 속의 남자

문학이란 무엇인가

열리지 않은 책방

 


책 속으로

 

영화는 천천히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응당 그래야 했다. 언제나처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돌아가야 했다.
기한이 초대했던, 그녀가 기꺼이 응했던, 도망치고자 했으나 늘 회귀했던, 모든 것이 눌러 담긴 그녀의 작은 우주로.   p99

 

이제 새로운 집주인이라는 이름으로 그 줄을 쥔 자가 내 운명을 결정할 차례였다.
계속 여기 살 수 있을까. 때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긴 했어도 쫓겨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문득 어깨가 무거워지는 게 이 방에서 살던 사람의 발이 내 어깨 위에 얹혀 있는 것 같았다.
성별도 나이도, 살아온 인생의 한조각도 알지 못하는 그가 머리를 숙여 내 눈앞에 시커먼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p170

 

아마도 나는 변함없이 상자 안에 숨어서 안전한 삶을 꿈꿀 거다. 이미 굳어진 어른의 마음은 쉽게 변하기가 힘든 법이니까. 그렇지만 누군가를 향해 손을 멀리 뻗지는 못한다 해도 주먹 쥔 손을 펴서 누군가와 악수를 나눌 용기쯤은 가끔씩 내볼 수 있을까.
형의 말대로 삶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내가 알고 싶었던 답을 영원히 찾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유일하게 위안 삼을 수 있는 점은, 아픔도 기쁨도 한 종류만은 아닐지 모른다는 거다. 그 아이가 영원히 살아갈 상처처럼, 그 애와 내가 나눈 비밀스러운 미소처럼.
p201

 


느낌

 

이별을 눈앞에 두고 냉랭한 상태였던 어느 부부는 핀란드에서 어렵게 찾아온 에어비앤비 손님을 집에 들이면서 상처를 되짚어보게 된다(<사월의 눈>). 

원래 집주인 눈만 속이면 전세 임차인은 월세로 돈을 벌고, 월세 임차인은 싼값에 역세권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괜찮은 구조다. 생활방식이 다르고 화장실 문제가 겹쳐 세입자끼리 불편한 관계가 문제이긴 하지만, 볕 잘 드는 공간에서 느긋하게 임동혁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호사를 잠시나마 누릴 수 있다(<타인의 집>).

아리아드네 정원>은 노인 인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미래가 배경으로, 노인들은 오래 살며 건강이 나빠질수록 질이 낮은 거주 공간으로 옮겨가게 된다. 민아는 치매 노인 등이 속하는 최하층 등급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젊은 이민자와 유사 가족을 맺어 새로운 혜택을 얻고자 한다.

보탬 안 되는 남편 대신 쌍둥이를 어렵게 키웠으나 어느새 대화가 끊긴 자식들이 쓴 ‘아빠를 죽일 거야’라는 예언 같은 일기를 보고 공포에 집어삼켜지는 엄마가 있다(<괴물들>).

모르는 아이를 구하다 심하게 다친 형 때문에 세상을 원망하게 되었으나 그 원망은 역시 잘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준 도움으로 풀릴 수 있었다.(<상자 속의 남자>).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희망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마주 보게 한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없어."라고...

"비단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뿐 아니라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도, 홀로인 자신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타인을 향한 시선은 고요하게 살피는 눈길이어야 한다. 문학의 행위가 타인의 집을 평가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행위라면 책의 구실은 분명하다."

<타인의 집>을 통해 내면의 나와 타인을 바라볼 때 좀 더 신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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