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

아가다 2022. 2. 25. 20:35

 

작가 소개

- 이 서 수

1983년 서울 출생. 단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2014년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으로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단국대학교 법학과에 입학 후 전공을 살리지 않고 택배기사, 북카페 운영, 각색 작가 등 수입이 일정치 않은 직업들을 전전했다고 한다. 이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라는 주류 등단 코스를 거친 뒤에도 한동안 계속되었고, 이 당시 작가라는 직업을 포기할 것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등단으로부터 6년 뒤인 2020년, 가상의 인물이자 실패한 소설가 '이기동'과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삶을 짜임새 있게 교차시킨 소설 <당신의 4분 33초>로 제6회 수상하며 첫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 10월 추천도서로 꼽힐 만큼 당대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책정보

 

놀라운 패기와 재기, 그리고 빛나는 아름다움!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심사위원 박범신·김인숙·이기호·류보선

제6회 황산벌 청년문학상 수상작 《당신의 4분 33초》 출간

“〈당신의 4분 33초〉는 풍성한 소설이다. 생의 파편들이 모여 이야기가 된 소설이 마침내 음악처럼 들린다. 놀라운 패기와 재기, 그리고 빛나는 아름다움이다.”_김인숙(소설가)

한국문학을 이끌어 갈 젊은 작가의 산실, 황산벌 청년문학상의 올해 화제의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박범신, 김인숙, 이기호, 문학평론가 류보선 심사위원으로부터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한국문학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보기 드문 격찬을 받은 이서수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 “밀도 높은 세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는 모처럼의 호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는 심사평에서 보듯 예사롭지 않은 최종심 분위기였지만 《당신의 4분 33초》는 심사위원 모두의 흔쾌한 동의 끝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접적 종합(THE DISJUNCTIVE SYNTHESIS)의 형식을 취한 《당신의 4분 33초》는 우리 시대의 루저 이기동과 현대 예술사의 탈-존 적인 존재인 존 케이지의 이야기를 번갈아 묘사하면서, 이 시대 각각의 존재들은 어떤 윤리를 지녀야 하는지를 제시한 묵직한 작품이다. 문제의식은 묵직하지만 문체는 나는 듯 경쾌하다. 묵직하되 가볍고 비극적이되 낙관적이며 장면 장면이 생동감 넘친다는 평이다.

 


책 속으로

 

이기동의 어머니는 아들이 의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시험 점수가 평균 70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성적표에 사인할 때마다 동안 망설였다.
오른손에 볼펜을 쥐고 성적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때마다 그는 어머니의 심장에 총을 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희망을 잃지 마.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잘할 수 있어."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희망을 믿고 하던 대로 열심히 했지만, 존 케이지와 그의 제자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존 케이지의 제자인 백남준은 이런 말을 남겼다.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면 규칙을 바꾸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아직 존 케이지를 만나지 못했다.
그곳까지 가려면 한참이나 더 걸어야 한다.
p27

 

"앞으론 학교나 회사 같은 곳에선 좀 평범한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럼 지금보다 편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편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어. 식물이니?
왜 남들이 주는 대로 받아먹고살아야 하는데? 나는 내가 알아서 찾아 먹을 거야.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내가 가장 잘 알아."
그녀는 한 번 더 강조해 말했다.
"내가 가장 잘 알아."
p109

 

이기동은 하루에 네 시간 자는 것으로 충분했으며 그중 두 시간은 눈을 감은 채로 온갖 상상력에 몸을 싣고 조각배처럼 떠다니는 일에 소모했다.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옆구리 터짐 하나 없이 반듯하고 통통하게 김밥을 말았고,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가 고시를 보고 판검사가 되어야 할 운명이라고 줄곧 말했다. 그는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어릴 땐 의사가 될 운명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은밀히 믿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그의 운명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다가 사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라고, 그의 어머니가 알면 기가 차서 쓰러질 생각만 했다.
p145

 


느낌

 

<당신의 4분 33초>는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 존 케이지의 연주곡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이다.

천제 전위예술가인 존 케이지와 학교와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패와 좌절을 밥 먹듯 하는 이기동의 이야기가 병치되어 나온다. 처음에는 좀 어지러운 느낌과 소설에 몰입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근데 읽다 보니 두 사람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좀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하여튼 좀 독특한 소설인 것 같다.

 

이기동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천재가 아니고 맨날 일등만 하는 그런 능력 있는 사람도 아니다.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지도 않는 이기동과도 닮아있다.

그런 이기동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나와 닮은 그런 모습에 가슴 한편이 시리기도 했다.

나와 같은 수많은 이기동들에게 다 같이 힘내서 살아가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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